근대건축 전성기의 합리주의 건축

근대 모더니즘 전성기에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공업화와 합리주의 건축이 대세를 이루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러한 합리주의 건축을 이끈 대표적인 근대 건축가들을 살펴보고, 합리주의 건축의 특징, 7대 원리들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근대건축 전성기의 합리주의

1차 대전이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강하게 대두되었고 문화예술 방면에서는 1919년 그로피우스가 바우하우스를 창설하였으며, 프랑스에서는 르 꼬르뷔지에와 오잔팡의 순수파(Purism)가 등장하였습니다. 또한 1920년 경에는 인상주의, 특히 표현주의에 대항하는 새로운 운동이 유럽 회화에 나타났습니다. 신즉물주의(Neue Sachlichkeit)운동이 그것입니다. 사회주의적, 지나칠 정도의 명료성, 경직하게 조직된 질서가 그 특징이며 그 형태 및 사상에서 합리주의 건축과 관계가 있습니다. 이 시기의 합리주의는 현실세계의 다양한 문제들이 이성에 의하여 해결될 수 있다는 보편적인 신념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시기의 합리주의는 역사주의에 대한 반향으로 표현되어지며 아르누보나 표현주의에 대비되는 개념입니다. 표현주의가 정열의 힘을 신뢰하는 체념한 비관주의를 특징으로 하는데 반하여 합리주의는 결정된 낙관주의에 의해 고취되며 현실의 도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입니다. 거기에는 내향성이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주변환경과 타협하고 그것을 변화 시키려는 편견 없는 준비가 존재합니다. 이 새로운 운동의 사상적 구조가 미스의 회의적인 인도주의적 사회주의에서 한스 마이어(Hanns Meyer)의 과격한 공산주의까지 포함하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닙니다. 보다 나은 사회에 대한 기대는 보다 좋은 건축을 추구하려고 노력하는 추진력이었던 것입니다. 이는 개인주의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총체적으로 되는 것으로써, 도시계획적 방법을 통하여, 한 국가 보다는 국제적인 규모로 좋은 건축을 추구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국제주의 양식(International Style)까지도 여기에 포함되게 되었습니다.

 

 

합리주의 7대 원리

이러한 전제로부터 합리주의의 7대 원리를 요약할 수 있습니다. ①도시계획, 건축, 공장생산을 사회적 진보와 민주적 교육수단으로 생각 ; 특이한 형태의 탐구는 개인적 즐거움으로 여겨지지 않고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유리적 책임으로 간주한 것입니다. ②토지의 이용 및 실제 건물에 최대한의 경제성 적용 ; 합리적 대지 이용, 저렴 공법, 최소 평면, 억제된 형태 언어를 사용하였습니다. ③모든 환경 디자인 분야(도시 계획에서 공업 디자인까지)에 있어서 공업 기술, 표준화, 조립화를 체계적 이용하였습니다. ④건축 자체보다 도시계획이 우위에 있었습니다. 집합주택 건설이 활발하였고, 개인의 작품보다 팀 작업의 우위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의 합리주의 건축은 미스, 그로피우스, 꼬르비제의 3대 거장이 지배하고 있었으며 팀 작업은 도시계획 분야에만 발견되었습니다. ⑤건축형태의 합리성 ; 건축형태는 방법론적으로 볼 때 기능적, 구조적 본질을 객관적으로 살펴본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형태는 설계자의 자의적인 생각에 의하지 않고 형태 전개 과정에서 투명성, 윤리성을 바탕으로 형태가 전개되었습니다. ⑥ 양식의 배제 ; 합리주의 건축은 어떤 하나의 건축 양식에 속하기를 거부하였습니다. 그렇지만 합리주의 건축은 그 스스로 양식적으로 통일된 예술 운동으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⑦ 합리주의 건축의 형태 언어는 초기 합리주의와 유사하며, 분명하고 일정한 벽면, 풍부한 전면유리, 직각, 백색, 장식의 부재로 대표됩니다. 또한 외부에서 이해 가능한 구조와 기능의 표현, 건물의 모든 요소를 똑같이 중시하면서 정면성을 축소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건축가들은 발터 그로피우스, 르 꼬르뷔지에, 미스 반 데 로에가 있습니다.

 

맺음말

이렇게 합리주의 건축의 흐름에는 르두에서부터 르 꼬르뷔지에까지 이르는 분명한 역사적인 계승이 존재합니다. 건축계의 거장들이라고 평가받는 미스 반 데 로에나 르 꼬르뷔지에의 위대함 덕분에 근대건축이 탄생한 것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소설에서 어떠한 사건에 대한 복선이 미리 깔리는 것처럼 역사에서도 어떠한 거대한 사건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배경들이 미리 준비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계몽주의, 초기 합리주의 시대의 건축가들이야말로 미스나 꼬르뷔제에 비해 손색이 없는 거장적인 안목과 건축 혜안을 가졌을지도 모릅니다. 당시 사회적 이념이나 사상에 비해서 건축 활동이 제한되었던 시대적인 상황이 그들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게 한 요인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 합리주의 건축가들이 이루어놓은 건축물이나 건축사상들은 후대의 근대건축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많은 건축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그들의 진보적인 건축 이념들은 근대건축을 형성하는 사상적인 바탕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역사의 발전은 본질적인 가치에 고민하는 이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기존의 현실에 대해서 문제 의식을 가지고 거기에 대한 대안을 창조해내는 사람들, 그러한 의미에서 합리주의 건축가들은 충분히 근대건축의 선구자로써 대접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